반쯤 접힌 아이폰 듀오의 두 화면과 중앙 힌지 부분을 가까이 보여주는 공식 제품 이미지 애플(Apple)이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iPhone Duo)’에 3D 프린팅으로 제작한 티타늄 힌지 커버를 적용했다. 애플은 9월 9일 제품을 공개하면서 아이폰 듀오의 본체에 5등급 티타늄을 사용하고, 힌지 커버는 3D 프린팅으로 제작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제품 환경 사양에는 이 부품에 사용된 티타늄이 100% 재활용 소재라는 내용도 명시했다. 이번 적용에서 3D 프린팅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힌지 전체가 아니다. 아이폰 듀오의 힌지는 100개가 넘는 부품으로 구성되며, 이 가운데 외부에 노출되는 힌지 커버가 3D 프린팅 부품이다. 본체의 티타늄 외장은 거울처럼 반사되는 연마 마감을 적용한 반면, 3D 프린팅 힌지 커버에는 대비되는 미세 블라스트 표면 처리를 적용했다. 아이폰 듀오는 펼쳤을 때 7.6인치 내부 OLED 화면을 사용하고 접었을 때는 5.4인치 외부 화면을 이용한다. 펼친 상태의 두께는 5.2㎜, 접었을 때는 11.3㎜이며 무게는 254g이다. 얇은 두 개의 본체 사이에서 화면을 평평하게 지지하면서 반복적인 개폐 동작을 처리해야 하는 만큼 힌지는 폴더블 스마트폰의 두께와 구조 설계를 좌우하는 핵심 부품 가운데 하나다.

100개 넘는 힌지 부품…3D 프린팅은 ‘커버’에 적용

애플 설명에 따르면 아이폰 듀오의 힌지는 100개가 넘는 개별 부품이 열리고 닫히는 움직임을 제어하면서 제품을 펼쳤을 때 디스플레이 중앙부를 지지하도록 설계됐다. 힌지에는 자석 배열도 결합돼 기기를 닫았을 때 양쪽을 고정한다. 본체 내부에는 강성을 높이기 위한 지지 리브와 세라믹 섬유를 넣은 안테나 분할 구조가 사용됐다. 접히는 내부 디스플레이 아래에는 티타늄 플레이트도 배치했다. 디스플레이 자체는 여러 층이 접히면서 서로 조금씩 움직일 수 있도록 접착 구조가 설계돼 굽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응력을 분산한다. 이처럼 힌지 주변에는 서로 다른 기능을 담당하는 여러 금속·디스플레이 부품이 밀집해 있다. 하지만 애플이 3D 프린팅을 적용했다고 밝힌 부품은 이 가운데 힌지 커버다. 따라서 ‘100개 이상의 힌지 부품을 3D 프린팅했다’거나 ‘힌지 전체를 하나의 3D 프린팅 부품으로 통합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현재 공개된 자료와 다르다. 그럼에도 소비자용 스마트폰에서 외관과 구조 설계에 직접 포함되는 티타늄 부품을 대량으로 3D 프린팅한다는 점은 애플의 기존 제조 방식 변화와 연결된다.

애플워치에서 시작한 금속 3D 프린팅 양산

애플이 티타늄 3D 프린팅을 대량생산에 이용한 것은 아이폰 듀오가 처음이 아니다. 2025년 애플은 애플워치 울트라 3와 티타늄 애플워치 시리즈 11의 케이스 생산을 전면적으로 3D 프린팅 방식으로 전환했다. 당시 애플은 100% 재활용 항공우주 등급 티타늄 분말을 이용해 수백만 개 규모의 외장 부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공정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전에는 단조한 티타늄 소재를 준비한 뒤 상당 부분을 절삭해 최종 케이스 형상을 만들었다. 3D 프린팅은 처음부터 최종 부품에 가까운 형상으로 티타늄을 쌓기 때문에 절삭 과정에서 제거되는 재료를 줄일 수 있다. 애플은 애플워치 케이스에서 이 방식으로 이전 세대보다 원재료 사용량을 약 50% 줄였으며, 2025년 한 해에 400t 이상의 티타늄 원재료를 절감할 것으로 추산했다. 당시 애플이 공개한 생산 과정은 일반적인 시제품 제작용 금속 3D 프린팅보다 훨씬 대량생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재활용 티타늄을 약 50㎛ 크기의 분말로 만들고, 한 장비에서 6개의 레이저를 동시에 사용해 케이스를 제작했다. 애플워치 케이스 하나는 60㎛ 두께의 층을 900회 이상 형성하는 과정을 거쳤다. 출력이 끝난 이후에는 남은 분말을 제거하고 초음파 방식으로 세부 공간에 들어간 분말까지 털어낸다. 이후 각각의 케이스를 분리하고 자동 광학검사로 치수와 외관을 검사한 뒤 추가 마감 공정을 거친다. 다만 애플은 아이폰 듀오 힌지 커버의 구체적인 장비 구성이나 레이저 수, 적층 두께를 공개하지 않았다. 따라서 애플워치에 사용한 생산 조건이 아이폰 듀오에도 그대로 적용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확인되는 것은 애플이 힌지 커버를 3D 프린팅했으며 100% 재활용 티타늄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아이폰 내부 부품에서 힌지 외장까지

애플의 금속 3D 프린팅 적용 범위는 이미 애플워치 밖으로 넓어지고 있었다. 애플은 2025년 아이폰 에어의 USB-C 포트를 둘러싸는 티타늄 부품도 3D 프린팅했다고 밝혔다. 얇은 스마트폰 내부에서 필요한 강도를 확보하면서 제한된 공간에 맞는 복잡한 형상을 만들기 위해 애플워치와 같은 계열의 재활용 티타늄 분말을 활용했다. 애플워치 케이스가 외장 부품의 대량생산 가능성을 보여주고 아이폰 에어의 USB-C 부품이 작은 스마트폰 부품으로 적용 영역을 넓혔다면, 아이폰 듀오는 접고 펴는 기계 구조 주변의 외장 부품까지 기술이 확장된 사례가 된다. 금속 3D 프린팅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소재 덩어리를 깎아 형상을 만드는 절삭과 달리 필요한 부분을 중심으로 재료를 쌓아 최종 형상에 가까운 부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얇은 벽이나 복잡한 곡면처럼 절삭 가공 시 소재 손실이 커지는 형상에서는 원재료 사용량을 줄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이 곧바로 모든 금속 스마트폰 부품을 3D 프린팅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수백만 대 규모의 소비자 제품에서는 출력 속도와 장비 수, 분말 관리, 후처리, 치수 검사, 제품당 생산비를 함께 맞춰야 한다. 애플이 애플워치에서 공개한 생산 기술의 핵심 역시 단순히 티타늄을 출력할 수 있다는 데 있지 않고 이를 대량생산 수준까지 끌어올렸다는 데 있었다.

폴더블폰 업계에서도 티타늄 3D 프린팅 확대

폴더블 스마트폰에 3D 프린팅 티타늄을 적용한 사례는 애플이 처음은 아니다. VoxelMatters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폴더블폰 두께를 줄이기 위해 이미 티타늄 3D 프린팅을 힌지 부품에 사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오포(OPPO)는 폴더블 스마트폰 Find N5 개발 과정에서 BLT가 3D 프린팅한 티타늄 합금 힌지 부품을 적용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설계는 기존 92개 구성 요소를 4개로 줄이고 최소 벽 두께를 0.3㎜에서 0.15㎜로 낮추는 데 활용됐다. 오포 측이 제시한 수치에서는 강성이 36%, 충격 저항성이 100% 높아졌다. 아너(Honor)도 Magic V2의 ‘Luban’ 힌지에서 티타늄 3D 프린팅 부품을 사용했다. VoxelMatters가 정리한 제조사 자료에 따르면 기존 알루미늄 부품을 티타늄 3D 프린팅 축 커버로 변경하면서 폭을 27% 줄이고 강도를 150% 높였다고 한다. 이 수치들은 각 제조사와 관련 업체가 제시한 결과여서 서로 다른 스마트폰 사이에서 직접적인 성능 비교 지표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다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얇은 폴더블 구조를 구현하기 위한 수단 가운데 하나로 티타늄과 금속 3D 프린팅을 검토하고 있다는 흐름은 확인할 수 있다. 아이폰 듀오 역시 같은 산업적 흐름 안에 있다. 다만 애플은 힌지 전체 구조를 3D 프린팅으로 통합하기보다 100여 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기존 정밀 힌지 구조를 유지하면서 외부의 티타늄 커버에 3D 프린팅을 적용했다는 차이가 있다.

전체 티타늄 외장의 85%, 힌지 커버는 100% 재활용 소재

3D 프린팅 적용은 아이폰 듀오의 재활용 소재 전략과도 연결된다. 애플의 기술 사양에 따르면 아이폰 듀오는 제품 전체 중량을 기준으로 35%가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진다. 티타늄 외장에 사용된 소재의 85%가 재활용 티타늄이며, 3D 프린팅 힌지 커버만 놓고 보면 재활용 티타늄 비율은 100%다. 내부 구조 프레임에는 100% 재활용 알루미늄을 사용하며 배터리에는 100% 재활용 코발트와 95% 재활용 리튬이 적용됐다. 애플은 아이폰 듀오 생산에 사용되는 전력 가운데 60%를 풍력과 태양광 등을 포함한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고 밝혔다. 3D 프린팅이 아이폰 듀오 힌지 커버에서 실제로 기존 절삭 방식보다 티타늄을 얼마나 절약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애플워치에서는 원재료 사용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지만 아이폰 듀오에 대해서는 같은 비교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다. 따라서 애플워치의 50% 절감 효과를 아이폰 듀오 힌지 커버에 그대로 적용해 계산하기는 어렵다.

시제품 기술에서 수백만 개 소비자 부품 생산 기술로

아이폰 듀오에서 주목할 부분은 3D 프린팅이 적용된 부품의 크기보다는 애플이 이 기술을 사용하는 방식의 변화다. 애플은 오랫동안 3D 프린팅을 시제품 제작에 활용해 왔지만 최근에는 실제 판매 제품을 수백만 개 생산하는 공정으로 기술을 옮기고 있다. 2025년 애플워치 티타늄 케이스의 전면적인 3D 프린팅 전환은 그 변화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 사례였고, 아이폰 에어 USB-C 부품에 이어 아이폰 듀오 힌지 커버가 새로운 적용 사례로 추가됐다. 특히 아이폰은 애플워치보다 훨씬 큰 출하 규모를 가진 제품군이다. 아이폰 듀오가 전체 아이폰 판매량에서 어느 정도를 차지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소비자 전자제품의 양산 부품에 금속 3D 프린팅을 적용하는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반면 아이폰 듀오 힌지 커버의 생산 속도와 단가, 사용되는 3D 프린터 수, 출력 후 가공 공정, 불량률과 생산 수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3D 프린팅이 힌지의 내구성이나 수명 자체를 개선했다는 비교 자료도 애플은 제시하지 않았다. 힌지 커버와 100개가 넘는 내부 힌지 부품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아이폰 듀오는 미국 기준 256GB 모델이 1,999달러부터 시작하며 512GB, 1TB, 2TB 용량으로 판매된다. 한국을 포함한 70개 이상의 국가와 지역에서 10월 16일 사전 주문을 시작해 10월 23일 출시된다. 아이폰 듀오의 3D 프린팅 티타늄 힌지 커버는 금속 3D 프린팅이 스마트폰 전체를 만드는 기술로 바뀌었다는 의미보다는, 기존 절삭과 성형 방식으로 생산되던 정밀 금속 부품 가운데 일부가 실제 대량생산 3D 프린팅 부품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는 사례에 가깝다. 애플워치 케이스에서 수백만 개 규모의 생산성을 확보한 애플이 앞으로 아이폰의 다른 금속 구조 부품에도 같은 제조 방식을 확대할지가 다음 관전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