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투시스템즈(Chitu Systems)가 Bambu Lab A1에서 출력이 끝난 빌드플레이트를 자동으로 교체해 여러 작업을 연속 실행할 수 있는 ‘PlateCycler C1’을 출시했다. 별도의 모터나 제어 보드를 추가하지 않고 A1의 툴헤드와 베드 움직임을 이용해 플레이트를 교체하며, 최대 8개의 빌드플레이트를 이용한 연속 출력을 지원한다. 이번 C1은 치투시스템즈가 앞서 선보인 Bambu Lab A1 Mini용 ‘PlateCycler C1M’의 일반 A1 버전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C1M은 최대 10개의 플레이트를 순차적으로 교체할 수 있는 제품으로, 데스크톱 3D 프린터에서도 출력 완료 후 사람이 개입해야 했던 과정을 기계적으로 자동화하는 방식을 보여줬다. C1은 이 구조를 더 큰 출력 영역을 가진 일반 A1에 맞춰 확장한 제품이다. 플레이트 수용량은 최대 8장으로 C1M보다 적지만, A1 사용자가 별도의 전자장치나 펌웨어 개조 없이 여러 작업을 연속 실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99.99달러의 판매 가격에 사출성형된 교체 장치와 전용 양면 텍스처 PEI 빌드플레이트 4장이 기본 포함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사용자가 직접 구조물을 출력해야 하는 일부 DIY 자동화 방식과 비교하면 설치와 부품 준비에 필요한 부담을 크게 낮춘 구성이다.
출력이 끝나면 다음 플레이트를 자동으로 공급
일반적인 데스크톱 3D 프린터는 하나의 작업을 수 시간 동안 무인으로 진행할 수 있지만, 출력이 완료된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완성된 출력물을 제거하거나 빌드플레이트를 교체하고 다음 작업을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야간이나 외출 중 출력이 끝나면 사용자가 돌아올 때까지 장비가 그대로 멈춰 있는 경우도 많다. PlateCycler C1은 이 과정을 자동화한다. 출력이 완료되면 A1의 툴헤드가 PlateCycler의 기계식 구조를 작동시키고, Y축 베드 움직임을 이용해 사용이 끝난 빌드플레이트를 장비 전면으로 밀어낸다. 이후 베드가 다시 이동하면서 뒤쪽에 대기하고 있던 새 플레이트가 빌드 플랫폼 위로 공급된다. 이 과정을 반복해 최대 8개의 플레이트를 순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출력 속도 자체가 빨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한 작업과 다음 작업 사이에 발생하는 사람의 개입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장비의 실제 가동 시간을 늘리는 데 의미가 있다.
별도 모터나 컨트롤러가 없는 기계식 구조
C1의 가장 독특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자동 교체 장치임에도 별도의 스테퍼모터나 컨트롤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자동화 장치는 추가 모터와 센서, 제어 보드, 전원 공급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PlateCycler는 Bambu Lab A1에 이미 존재하는 툴헤드와 Y축 베드의 움직임을 기계식 링크 구조의 동력으로 활용한다. 때문에 A1 메인보드에 별도의 배선을 연결하거나 전용 컨트롤러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 프린터 펌웨어 자체를 개조할 필요도 없다. 구조가 단순한 만큼 외부 전자장치 고장이나 프린터 펌웨어 변경에 따른 호환성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여러 출력 작업을 자동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출력 파일에 플레이트 교체 동작을 포함해야 한다. 사용자는 Bambu Studio에서 여러 플레이트에 각각 출력할 모델을 배치한 뒤 PlateCycler용 도구를 이용해 파일을 처리한다. 이 과정에서 하나의 출력이 끝난 뒤 기존 플레이트를 제거하고 새 플레이트를 공급하기 위한 움직임이 추가된다. 따라서 동일한 부품을 반복해서 생산하는 것뿐 아니라 서로 다른 모델을 각 플레이트에 배치해 순차적으로 출력하는 것도 가능하다.

C1M에서 검증한 구조를 일반 A1까지 확대
PlateCycler C1은 완전히 처음 등장한 제품은 아니다. 치투시스템즈는 앞서 Bambu Lab A1 Mini를 위한 PlateCycler C1M을 선보인 바 있다. C1M 역시 프린터 자체의 움직임을 이용한 수동 기계식 구조를 채택했으며, 최대 10개의 빌드플레이트를 연속으로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번 C1은 같은 개념을 일반 A1 플랫폼에 맞춘 제품이다. A1은 A1 Mini보다 출력 영역이 크고 빌드플레이트 역시 더 크기 때문에 플레이트를 안정적으로 보관하고 이동시키는 구조에도 차이가 필요하다. C1은 최대 8장의 플레이트를 수용하는 대신 일반 A1의 넓은 출력 영역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A1 Mini에서 시작된 자동 플레이트 교체 방식이 일반 A1까지 확대되면서 Bambu Lab의 보급형 베드슬링어 두 모델 모두에서 연속 출력 환경을 구성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직접 출력하는 DIY 구조 대신 사출성형
C1이 기존 자동 플레이트 교체 솔루션과 구별되는 또 다른 요소는 주요 구조물이 사출성형으로 제작됐다는 점이다. 데스크톱 3D 프린터용 자동화 장치 가운데 상당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나 DIY 키트를 기반으로 한다. 사용자가 구조물을 직접 3D 프린팅하고 금속 부품이나 베어링, 체결 부품을 별도로 준비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비용을 낮추고 사용자가 자유롭게 개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용한 소재와 출력 조건에 따라 부품의 치수와 강성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플레이트를 반복적으로 밀어내고 정해진 위치에 다시 공급해야 하는 장치에서는 이런 작은 오차도 장기간 사용 시 영향을 줄 수 있다. 치투시스템즈는 C1의 주요 구조물을 사출성형 방식으로 생산했다. 동일한 금형을 이용해 부품을 대량 생산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직접 출력한 구조물보다 부품 간 치수 편차를 관리하기 쉽다. 회사는 개발 과정에서 플레이트가 이동 중 장비에 걸리는 문제와 대기 플레이트 사이의 마찰 등을 확인해 전면 크로스바와 플레이트 트레이 구조도 수정했다고 설명한다. 단순히 외형을 깔끔하게 만들기 위한 사출성형이 아니라 반복적인 플레이트 교체에서 일정한 동작을 확보하기 위한 생산 방식이라는 의미가 더 크다.
DIY보다 비싸지만 완제품 기준으로는 공격적인 가격
PlateCycler C1의 가격은 미국 공식 스토어 기준 99.99달러다. 가격만 놓고 보면 가장 저렴한 자동 플레이트 교체 방식은 아니다. C1에 영향을 준 자동 플레이트 교체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인 Innocube의 SwapMod는 사용자가 필요한 구조물을 직접 출력하는 DIY 방식의 키트를 더 낮은 가격부터 제공한다. 직접 3D 프린팅이 가능한 사용자라면 이런 DIY 방식을 이용해 비용을 더 줄일 수 있다. 반면 완제품에 가까운 구성에서는 가격 차이가 커진다. SwapMod 역시 직접 출력해야 할 부품과 플레이트 등을 포함하는 범위에 따라 여러 패키지로 판매되며, 완전 구성형 번들은 가격이 200달러를 넘어간다. C1은 99.99달러에 사출성형된 본체와 양면 텍스처 PEI 빌드플레이트 4장을 기본 제공한다. 특히 Bambu Lab A1 크기의 PEI 플레이트를 별도로 4장 구입해야 하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자동 교체 장치 자체에 지불하는 실질적인 추가 비용은 더 낮아진다. 따라서 C1을 단순히 ‘가장 저렴한 자동 교체기’라고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직접 부품을 출력하고 조립하는 과정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완제품 패키지 기준으로는 상당히 공격적인 가격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자동화 장치를 처음 설치하는 사용자가 별도의 플레이트와 기계 부품을 하나씩 구입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진입 장벽을 낮춘다.
SwapMod 아이디어 기반…공식 허가 받아 개발
자동 빌드플레이트 교체라는 개념 자체도 C1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Bambu Lab A1을 대상으로 한 대표적인 프로젝트로는 Innocube의 SwapMod가 있다. 프린터의 베드 움직임을 이용해 기존 플레이트를 밀어내고 다음 플레이트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추가적인 복잡한 전자 제어 장치 없이 연속 출력을 구현한다. 치투시스템즈 역시 PlateCycler 개발 과정에서 SwapMod의 아이디어를 참고했으며, 제조사 설명에 따르면 관련 개발자로부터 허가를 받아 상용 제품으로 발전시켰다. 두 제품이 기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문제는 같다. 다만 SwapMod가 3D 프린팅 커뮤니티의 DIY 성격을 유지한다면 PlateCycler는 구조물을 사출성형하고 빌드플레이트를 패키지에 포함시켜 일반 소비자가 구매 후 설치할 수 있는 상용 액세서리 방향으로 접근했다는 차이가 있다. 이는 최근 데스크톱 3D 프린팅 주변기기 시장에서 나타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커뮤니티에서 먼저 등장한 자동화 아이디어가 제조사의 양산 제품으로 발전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
프린트팜뿐 아니라 개인 사용자에게도 자동화 확대
자동 플레이트 교체 기술은 대규모 프린트팜에서 가장 쉽게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여러 장비를 동시에 운영할 경우 출력이 완료될 때마다 사람이 각 프린터를 찾아가 출력물을 제거하고 다음 작업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상당한 작업량이 된다. 그러나 PlateCycler와 같은 장치는 개인 사용자에게도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한 번에 3시간이 걸리는 출력물을 밤새 여러 개 만들어야 한다면 기존에는 첫 번째 출력이 끝날 때마다 사용자가 직접 다음 작업을 시작해야 했다. 자동 교체 장치를 이용하면 여러 플레이트에 작업을 미리 준비해놓고 연속으로 실행할 수 있다. 코스프레 부품이나 소형 제품 주문, 시제품 제작처럼 서로 다른 부품을 반복 생산하는 환경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필라멘트 자동 공급 시스템이 재료 교체를 자동화했다면 빌드플레이트 교체 장치는 출력 완료 이후의 작업까지 자동화 영역을 확장하는 셈이다. 다만 완전한 무인 생산 시스템으로 보는 것은 아직 이르다. 출력 실패가 발생하거나 플레이트가 정확하게 이동하지 않을 경우 다음 작업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출력물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서도 운용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최대 8개의 작업을 연속으로 실행한다는 것은 그만큼 장시간 프린터가 사람의 확인 없이 작동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장기간 반복 운용에 대한 독립적인 사용자 평가도 앞으로 확인할 부분이다.
초기형 A1은 호환 여부 확인 필요
모든 Bambu Lab A1에서 조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치투시스템즈는 2024년 4월 8일 이전에 구입한 일부 A1에 설치된 실리콘 백스톱이 PlateCycler의 동작이나 설치에 간섭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초기형 A1을 사용하는 경우 주문 전에 자신의 프린터에 해당 부품이 설치되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C1이 보여주는 방향은 분명하다. 최근 데스크톱 3D 프린터 시장에서 자동화 경쟁은 멀티컬러와 멀티소재를 위한 필라멘트 공급 시스템을 중심으로 빠르게 발전했다. 이제 자동화 범위가 ‘어떤 재료를 공급할 것인가’를 넘어 출력이 끝난 뒤 다음 작업을 어떻게 자동으로 시작할 것인가까지 확대되고 있다. A1 Mini용 C1M에 이어 일반 A1용 C1까지 등장하면서 자동 빌드플레이트 교체 장치는 일부 DIY 사용자의 실험적인 개조에서 벗어나 일반 사용자가 구매할 수 있는 상용 액세서리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사출성형 구조와 PEI 플레이트 4장을 포함하면서도 100달러 이하의 가격을 책정한 C1은 자동 빌드플레이트 교체 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대중화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제품 가운데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