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루사 리서치(Prusa Research)는 2026년 9월 1일 슬라이서 소프트웨어 ‘프루사슬라이서(PrusaSlicer) 3.0’의 첫 공개 미리보기를 배포했다. 배포판은 3.0.0-alpha11이며, 여러 작업판과 장비를 한 프로젝트에서 다루는 구조, 새 프로필 체계, 플러그인, 완전 오프라인 모드를 처음 공개했다. 다만 정식 작업에 쓰는 완성판이 아니라 기능이 덜 갖춰진 시험용 알파다.
슬라이서는 3차원 모델을 층별 이동 경로와 장비 명령으로 바꾸는 핵심 소프트웨어다. 프루사는 이번 버전에서 기존 슬라이싱 엔진의 검증된 구조는 유지하면서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내부 구성의 상당 부분을 다시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메뉴를 바꾼 업데이트보다, 앞으로 다양한 장비와 작업 방식을 수용하기 위한 기반 교체에 가깝다는 의미다.
여러 작업판과 장비를 한 프로젝트로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프로젝트’의 범위다. 2.9 계열에도 여러 작업판을 배치하는 기능이 있었지만 각 작업판은 제한적으로 연결됐다. 3.0에서는 작업판마다 서로 다른 장비·재료·출력 프로필을 지정할 수 있고, 한 프로젝트 안에서 여러 장비용 작업을 나란히 준비할 수 있다. 기존 9개 작업판 제한도 없어졌으며, 준비된 작업판은 병렬로 슬라이싱된다.
여러 프로젝트를 별도 프로그램 창으로 띄우던 방식도 탭 구조로 바뀌었다. 각 탭은 선택한 도구와 대화상자 같은 상태를 독립적으로 유지한다. 열려 있는 프로젝트는 로컬 데이터 폴더에 계속 백업돼 비정상 종료 뒤 복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변화는 한 번에 여러 주문이나 재료 조합을 다루는 소규모 제작 현장뿐 아니라, 한 대의 장비에서 설정을 비교하는 개인 사용자에게도 작업 정리를 단순화할 수 있다.
다중 툴 장비용 프로필도 계층형으로 재구성됐다. 이전에는 툴마다 노즐 지름이 다르면 별도의 장비 프로필을 오가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새 체계에서는 툴별로 노즐과 출력 설정을 배정하고 서로 다른 구성을 조합할 수 있다. 프로필 파일 형식은 기존 INI에서 사람이 읽기 쉬운 YAML로 옮겨졌지만, 사용자가 기존 설정을 어떤 범위까지 자동 이전할 수 있는지는 실제 배포 과정에서 확인이 필요하다.
화면 구성은 장면 탐색기와 작업 맥락을 중심으로 바뀌었고, 자주 쓰는 설정을 오른쪽 패널에 고정하는 즐겨찾기가 추가됐다. 3차원 보기에는 그림자·반사·주변광 차폐를 표현하는 새 OpenGL 렌더링이 적용된다. 그래픽 성능이 낮은 환경에서는 이 효과를 끄고 기존과 비슷한 화면을 사용할 수 있다.
플러그인과 오프라인 사용의 범위
3.0은 Lua 기반 플러그인을 도입했다. 첫 내장 예시는 유량 타워와 온도 타워를 매개변수로 만드는 보정 도구다. 플러그인은 기본적으로 샌드박스에서 실행돼 현재 프로젝트 바깥의 일반 파일이나 네트워크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설계됐다. 다만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는 실험 단계라 호환성이 깨질 수 있고, 커뮤니티 장터도 이번 알파에 포함된 완성 기능이 아니라 후속 배포 계획이다.
온라인 연결을 모두 끄는 모드에서는 네트워크 라이브러리 자체를 불러오지 않는다는 점도 제조사가 강조한 변화다. 프루사 커넥트, 프린터블스, 프로필 갱신 확인을 각각 통신 전에 비활성화할 수 있다. 폐쇄망이나 설계 파일 반출을 제한하는 환경에는 의미가 있지만, 샌드박스와 성능에 관한 설명은 아직 독립 보안 감사나 공통 시험으로 확인된 결과가 아니라 프루사의 설계 설명이다.
소스 코드는 기존과 같은 AGPLv3 라이선스로 공개된다. 프루사슬라이서는 Slic3r에서 갈라져 발전했고, 오르카슬라이서·뱀부스튜디오 등 여러 제조사와 커뮤니티 소프트웨어의 기반이 됐다. 따라서 새 프로필·플러그인 구조가 안정화되면 프루사 사용자 밖의 생태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각 파생 프로젝트가 이를 언제 받아들일지는 발표되지 않았다.
파일 호환성에는 방향에 따른 차이가 있다. 2.x에서 만든 3MF 파일은 3.0에서 형상과 설정을 함께 읽지만, 3.0 파일을 2.x로 되돌리면 형상만 남고 설정은 버려진다. 뱀부스튜디오나 오르카슬라이서의 3MF도 현재는 형상으로만 가져온다. 3.x 설정은 별도 폴더에 저장돼 2.x와 나란히 설치할 수 있다.
프루사 공식 다운로드 페이지는 alpha11을 9월 1일 배포판으로 표시하며 생산 환경에 사용하지 말라고 안내한다. 회사 역시 2.9.6과 비교해 아직 옮겨오지 못한 기능이 있고 일부는 3.1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밝혔다. 3Druck.com도 같은 날 프로젝트·프로필·오프라인 기능을 보도했지만, 속도나 안정성을 독립 시험한 자료는 아직 없다. 이번 미리보기의 핵심은 당장 기존판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정식판의 작업 구조를 공개 검증에 부친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