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직육면체 본체 전면에 투명 창과 제어 화면이 배치된 플래시포지 CJ270 풀컬러 재료분사 3D 프린터 플래시포지(Flashforge)가 풀컬러 재료분사 방식의 데스크톱 3D 프린터 ‘CJ270’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미국 공식 판매 페이지에서 예약판매는 9월 9일부터 10월 15일까지 진행되며 가격은 3,999달러다. 정가는 4,499달러로 표시돼 있어 예약판매 기간에는 500달러가 할인된다. 첫 생산분 100대는 10월 15일 항공 운송으로 출고할 예정이며 이후 주문도 구매 순서에 따라 차례로 항공 배송한다. CJ270이 기존 플래시포지의 필라멘트 3D 프린터와 가장 크게 다른 부분은 색을 만드는 방식이다. 여러 색상의 필라멘트를 교체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액상 감광성 수지를 미세한 방울 형태로 분사한 뒤 자외선으로 경화한다. 시안(C), 마젠타(M), 노랑(Y), 검정(K)에 흰색과 투명 수지를 더한 6종의 조형 재료와 별도의 수용성 서포트 재료를 사용하며, 모두 7개의 프린트헤드가 배치된다. 플래시포지는 이 조합으로 1,000만 가지 이상의 색 조합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색이 이미 정해진 필라멘트를 서로 교체하면서 경계를 만드는 멀티컬러 FDM 3D 프린팅과 달리, CJ270은 층마다 색 재료를 조합하기 때문에 그라데이션이나 피부색, 미세한 색 변화, 반투명 표현처럼 연속적인 색 표현을 겨냥한다. 출력한 단색 모델을 사람이 다시 도색하는 방식과도 목적이 다르다.

7㎛ 적층과 풀컬러를 한 장비에서

CJ270의 출력 공간은 180×120×100㎜다. 대형 부품보다는 피규어와 캐릭터 모델, 제품 디자인 시제품, 건축 모형, 교육용 모델처럼 비교적 작으면서 시각적 표현이 중요한 결과물이 주요 대상으로 제시됐다. 최소 적층 두께는 7㎛다. 플래시포지는 미세한 층과 7개의 프린트헤드를 이용해 작은 표면 형상과 색 변화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1,000만 가지 이상의 색 표현이나 표면 품질, 디지털 파일과 실제 출력물 사이의 색 일치도는 현재 제조사가 제시한 사양과 샘플을 중심으로 공개돼 있다. 양산형 CJ270을 사용한 색 정확도나 반복 출력 편차를 측정한 독립 시험은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재료분사 방식은 일반적인 데스크톱 레진 3D 프린터에서 널리 사용되는 DLP 방식과도 차이가 있다. DLP는 프로젝터를 이용해 액상 수지의 한 층을 면 단위로 경화하는 반면, CJ270은 여러 프린트헤드에서 필요한 위치에 재료를 분사하고 이를 경화한다. 그 결과 하나의 출력물 안에 형상뿐 아니라 서로 다른 색상과 투명 재료를 함께 배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CJ270의 경쟁 포인트는 단순히 해상도가 높은 레진 3D 프린터라는 데 있지 않다. 디지털 모델에 들어 있는 색과 텍스처 정보를 실제 출력 과정까지 가져오는 것이 핵심이다. 캐릭터의 피부와 의상, 제품 모형의 로고와 그래픽, 건축 모형의 구역별 색상처럼 출력 후 별도로 칠해야 했던 정보를 조형 단계에 포함시키는 방식이다. 가격 역시 눈에 띄는 부분이다. 비슷한 CMYK·흰색·투명 재료 조합을 사용하는 미마키(Mimaki)의 풀컬러 UV 잉크젯 3D 프린터 3DUJ-2207은 미국 공식 정가가 4만6,286달러다. 3DUJ-2207의 출력 공간은 203×203×76㎜이며 1,000만 가지 이상의 색, 28㎛ 표준 적층 두께를 지원한다. 두 장비는 프린트헤드 구조와 해상도, 재료 공급 체계, 산업용 운용 환경 등이 달라 가격만으로 직접적인 성능 우열을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3,999달러라는 CJ270의 예약판매가는 지금까지 수만 달러급 장비가 담당해 온 고정밀 풀컬러 UV 재료분사 영역에 훨씬 낮은 초기 비용으로 접근하려는 제품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3Druck 역시 CJ270의 의미를 산업용 장비 중심이던 풀컬러 재료분사 기술을 데스크톱 크기와 낮은 가격대로 옮긴 데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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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을 출력해도 후처리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풀컬러 출력이 가능하다는 것이 출력 직후 아무 작업도 필요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CJ270은 조형 과정에서 수용성 서포트 재료를 함께 분사한다. 복잡한 형상이나 안쪽 구조도 별도의 서포트를 만들 수 있고, 출력이 끝난 뒤 이를 물에 녹여 제거한다. 플래시포지가 제시한 기준으로는 일반 물에 담가 제거할 경우 서포트가 완전히 녹는 데 약 10시간이 걸린다. 초음파 세척기를 사용하면 이를 약 1~2시간으로 줄일 수 있다고 회사는 설명한다. 기계적으로 서포트를 떼어내기 어려운 홈이나 내부 구조에서는 수용성 재료가 작업을 단순화할 수 있다. 서포트 제거 이후에도 원하는 마감 품질에 따라 가벼운 연마나 폴리싱을 할 수 있으며, 광택 코팅과 자외선 경화 과정도 제조사가 공식 작업 흐름에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CJ270이 줄이는 것은 주로 여러 색을 사람이 직접 칠하는 도색 과정이다.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거나 광택을 조절하는 마감 공정까지 모두 없어지는 구조는 아니다. 출력 시간도 일반적인 데스크톱 FDM 장비와는 다른 기준으로 볼 필요가 있다. 플래시포지가 제시한 대략적인 참고 시간은 10㎝ 미만 모델이 10시간 이내, 10㎝ 안팎 모델은 15시간 이상, 15㎝ 정도 모델은 25시간 이상이다. 실제 시간은 모델의 크기와 두께, 배치 방향 등에 따라 달라지고 전용 소프트웨어에서 슬라이싱한 뒤 예상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풀컬러 출력이 필요한 소형 피규어나 디자인 시제품에서는 출력 이후 수작업 도색 시간을 줄이는 것과 긴 장비 출력 시간을 맞바꾸는 구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단색 기능 부품이나 빠른 시제품처럼 색상이 중요하지 않은 작업에서는 CJ270의 방식이 제공하는 이점이 상대적으로 작다.

전용 ColorPrint와 6종 조형 수지

출력 준비에는 플래시포지의 전용 슬라이서 ‘ColorPrint’를 사용한다. Windows와 macOS를 지원하며 CJP·CJM·STL·OBJ·3MF·STEP·STP·PLY·FBX·GLB·GLTF·WRL 형식을 불러올 수 있다. 일반 STL처럼 형상만 가진 데이터뿐 아니라 색상과 텍스처 정보를 담을 수 있는 OBJ, 3MF, GLB 등의 형식을 지원하는 것이 풀컬러 장비에서는 중요하다. ColorPrint는 모델 배치와 서포트 생성뿐 아니라 출력물에 적용할 색상 정보를 처리하는 역할도 맡는다. 플래시포지는 2차원 이미지를 기반으로 3D 모델을 만드는 AI 보조 기능도 CJ270의 작업 흐름으로 소개하고 있다. 회사가 제시한 활용 방향은 사용자가 이미지를 입력하면 이를 출력 가능한 풀컬러 3D 데이터로 변환해 모델링 경험이 적은 사용자도 피규어나 입체 모델 제작에 접근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해당 기능의 모델 생성 정확도와 복잡한 형상에서의 활용 범위 역시 실제 사용자 평가가 필요한 부분이다. 파일 전송은 연결된 컴퓨터의 ColorPrint 또는 USB 저장장치를 이용한다. 현재 공식 FAQ에서는 Wi-Fi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플래시포지는 올해 안에 Wi-Fi 지원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비 크기는 697×410×405㎜, 무게는 33.5㎏이다. 제조사가 표시한 작동 소음은 55㏈ 이하이며 내부에는 활성탄 필터가 들어간다. 일반적인 산업용 풀컬러 장비보다는 크게 작지만, 30㎏이 넘는 무게와 액상 수지 및 세척 과정을 고려하면 단순히 가정용 FDM 3D 프린터와 같은 방식으로 설치·운용하는 제품으로 보기는 어렵다.

전용 재료 사용…소재 비용이 실제 운영비 좌우할 가능성

CJ270은 시안·마젠타·노랑·검정·흰색·투명 등 6종의 조형용 감광성 수지와 수용성 서포트 재료를 사용한다. 현재 플래시포지는 자사 CJ270 전용 재료만 지원하고 타사 수지는 사용할 수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 재료에는 별도의 활성화 카드도 사용된다. 카드를 한 번 스캔하면 카드에 기록된 재료 잔량이 장비로 이전되고 해당 카드는 다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잘못된 재료를 투입한 경우에는 내부 잉크 경로를 비우고 세척하는 기능도 제공된다. 재료 보관 조건도 FDM 필라멘트와는 다르다. 미개봉 CJ270 재료의 표기 보관 기간은 18개월이며, 개봉한 뒤에는 품질과 출력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2개월 안에 사용하는 것이 제조사의 권장 조건이다. 여러 색을 동시에 유지해야 하는 장비인 만큼 실제 사용 빈도가 낮은 곳에서는 재료 소비 속도와 개봉 후 보관 기간도 운영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CJ270의 본체 가격이 기존 풀컬러 재료분사 장비보다 크게 낮아진 만큼 장기 비용에서는 수지 가격과 서포트 사용량, 프린트헤드 유지관리 비용이 중요해진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특정 크기의 모델 하나를 출력할 때 각 색상 재료와 서포트가 얼마나 사용되는지, 자동 세척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재료가 추가로 소비되는지를 판단하기 어렵다. 플래시포지는 예약판매 구매자에게 총 3㎏의 전용 재료를 제공한다. 공식 설명에 따르면 각 1㎏ 패키지는 CMYK 4개, 서포트 3개, 흰색 2개, 투명 1개 등 모두 10개의 카트리지로 구성된다. 이와 함께 향후 CJ270 수지 주문에 사용할 수 있는 쿠폰 등이 예약판매 혜택에 포함된다. 예약판매 혜택은 첫 100명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10월 15일까지 조건을 충족해 주문한 구매자에게 제공되며 ‘첫 100대’라는 조건은 10월 15일 출고되는 첫 배송 물량을 의미한다. 이후 예약 주문은 구매 순서대로 출고될 예정이다.

낮아진 본체 가격 이후에는 실제 출력 데이터가 관건

CJ270은 풀컬러 재료분사 3D 프린팅의 진입 가격을 크게 낮추려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기존 플래시포지 제품군과 성격이 다르다. 1,000만 가지 이상의 색, 투명 재료, 7㎛ 적층 두께와 수용성 서포트를 4,000달러 안팎의 장비에 결합했다는 사양 자체는 기존 데스크톱 3D 프린터와 구별되는 부분이다. 반면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의 대부분은 플래시포지의 사양표와 출력 샘플을 기반으로 한다. 3Druck 등 전문매체도 예약판매와 주요 사양을 보도했지만, 양산 장비를 장기간 사용하면서 성능을 시험한 리뷰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실제 평가에서는 단순히 ‘1,000만 색’이나 ‘7㎛’라는 숫자보다 디지털 원본과 출력물 사이의 색 재현성, 동일 데이터를 반복 출력했을 때의 색 편차, 투명 수지의 실제 투명도, 미세 형상의 선명도, 서포트 제거 뒤 표면 상태 등이 중요하다. 여기에 모델당 조형 수지와 서포트 사용량, 프린트헤드 세척과 유지보수에 드는 재료, 장기간 사용하지 않았을 때의 관리 조건도 운영비를 결정하게 된다. 한국 판매 가격과 공식 출시 일정, 국내 AS 및 전용 재료 공급 체계는 9월 10일 현재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3,999달러 예약판매가 시작됐지만, 국내 도입 시 판매 가격과 소모품 가격이 동일한 수준으로 형성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CJ270의 의미는 기존 FDM이나 DLP 3D 프린터를 단순히 더 정밀하게 만든 데 있기보다는,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고가였던 풀컬러 재료분사 방식을 소형 장비와 낮은 초기 가격에 묶었다는 데 있다. 예약판매 제품이 실제 사용자에게 전달된 이후 공개될 출력 품질과 재료 소비량, 유지관리 데이터가 제품의 실질적인 경쟁력을 판단하는 다음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