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가 3D프린팅으로 만든 투명 세라믹 채널 도파관에서 레이저 발진을 구현했다고 8월 19일 공개했다. 연구진은 이터븀(Yb)을 첨가한 이트륨알루미늄가닛(YAG) 코어를 첨가하지 않은 YAG 매트릭스 안에 직접 잉크 쓰기(Direct Ink Writing, DIW) 방식으로 형성했다. 연구 결과는 앞서 4월 Optics Letters에 게재됐다.
도파관은 빛이 정해진 경로를 따라 이동하도록 가두는 구조다. 일반적인 고출력 광섬유 레이저는 실리카 유리를 쓰는데, 출력이 높아질수록 비선형 광학 효과와 열 관리가 제약이 될 수 있다. LLNL 연구진이 주목한 YAG 계열 결정성 세라믹은 실리카보다 열을 잘 전달하고 특정 비선형 효과가 작아 고출력 광원을 위한 대안으로 연구돼 왔다. 다만 결정성 소재를 길고 균일한 코어·클래딩 구조로 만드는 제조 공정이 쉽지 않았다.
이번 방식은 나노입자가 들어 있는 세라믹 페이스트를 노즐로 압출하는 DIW를 사용한다. 연구진은 Yb:YAG 잉크를 첨가되지 않은 YAG 재료 내부에 가느다란 필라멘트 형태로 출력해 빛이 통과할 코어를 만들었다. 출력물은 건조와 소결을 거친 뒤 열간등방압성형(HIP)으로 치밀화해 투명 세라믹으로 전환했다. 코어와 주변 클래딩을 한 구조 안에서 함께 형성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별도의 유리 섬유를 끼우거나 서로 다른 부품을 접합하는 대신 적층제조 단계에서 원하는 코어 위치와 개수를 설계할 수 있다.
논문에서 연구진은 하나의 세라믹 블록 안에 세 개의 채널 도파관을 만들었다. 원소 분석으로 Yb 도핑 분포와 코어의 연속성을 확인했고, 1.3마이크로미터 파장에서 클래딩 산란 손실은 센티미터당 1.3% 미만으로 측정됐다. 940나노미터 Ti:sapphire 레이저로 펌핑한 시험에서는 1030나노미터 레이저 발진이 나타났다. 가장 성능이 좋았던 도파관은 약 100×60마이크로미터의 타원형 단면과 1.4센티미터 길이를 가졌으며, 기울기 효율은 61%, 왕복 손실은 12.4%였다.
이 수치가 곧바로 기존 고출력 광섬유 레이저를 대체한다는 뜻은 아니다. LLNL이 8월 발표에서 밝힌 현재 출력은 아직 수백 밀리와트 수준이며, 연구진의 장기 목표는 킬로와트급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연구진이 언급한 '유리 광섬유보다 10배 이상 높은 출력 가능성' 역시 이번 실험에서 10배 출력을 시연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결정성 YAG의 물성과 구조를 바탕으로 추가 개발 시 기대하는 확장 가능성이다.
왜 3D프린팅이 필요한가
기존 투명 세라믹 도파관 제조는 원하는 도핑 분포와 형상을 만들면서 계면 결함을 억제해야 한다. 이번 DIW 공정은 Yb:YAG 코어를 YAG 매트릭스 내부에 직접 배치할 수 있어 코어 수와 위치, 단면 형상을 설계 변수로 다룰 여지를 만든다. LLNL은 코어와 클래딩을 함께 제조하면 계면 결함을 줄이고 제조 수율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아직 풀어야 할 문제도 많다. 논문이 입증한 것은 센티미터급 시편에서의 레이저 동작과 효율이며, 킬로와트급에서의 열 관리, 장시간 안정성, 더 긴 도파관의 균일성, 반복 생산성은 별도 검증이 필요하다. 시험에는 미 육군 DEVCOM Army Research Laboratory가 참여했다. 연구진은 향후 공정을 확장해 산업용 레이저 가공과 고출력 국방 광원 같은 분야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세라믹을 3D프린팅했다'는 데만 있지 않다. 적층제조를 이용해 서로 다른 광학 기능을 한 세라믹 블록 안에 배치하고, 실제 레이저 발진까지 연결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출력 확대가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후속 연구가 판단할 문제지만, 복잡한 내부 광학 구조를 제조 단계에서 설계하는 접근이 투명 세라믹의 활용 범위를 넓힐 가능성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