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기에서 작은 플라스틱 부품 하나가 고장났는데 그 부품만 따로 살 수 없다면, 정비사는 멀쩡한 주변 조립체까지 통째로 바꿔야 할 수 있다. Lufthansa Technik은 이런 문제를 금속 적층제조로 해결한 사례를 공개했다.
대상은 Airbus A330, A340, A380 기종의 롤러 셔터 조립체에 들어가는 래치다. 이 부품은 롤러 브레이크와 엔드캡을 제자리에 잡아주는 역할을 하지만 운항 과정에서 마모와 손상이 반복됐다. 문제는 기존 폴리머 래치를 개별 예비품으로 조달할 수 없어 고장 때마다 더 큰 롤러 셔터 조립체를 교체해야 했다는 점이다.
Lufthansa Technik의 적층제조팀은 기존 부품을 그대로 복제하는 대신 금속 적층제조에 맞춰 구조를 다시 설계했다. 소재는 항공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티타늄 합금 Ti6Al4V를 선택했고, 금속으로 바뀐 뒤에도 필요한 탄성 거동을 확보하도록 형상과 벽 두께를 조정했다.
'복제'보다 '수리 가능한 부품'으로 재설계
이 사례에서 중요한 점은 3D스캔이나 단순 역설계로 원래 부품을 똑같이 만드는 데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Lufthansa Technik은 기존 래치가 맡던 기능을 유지하면서 금속 적층제조 공정과 새 소재에 맞게 설계를 최적화했다.
생산은 Materialise가 맡았다. Materialise의 공식 사례 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금속 부품용 EN 9100 인증 체계와 금속 적층제조 생산 시설을 바탕으로 Lufthansa Technik의 공급업체 심사를 통과했으며, 양사는 공정 안정성과 생산 관리 조건을 함께 맞췄다.
Materialise는 완성된 래치가 Lufthansa Technik의 설계 사양에 따라 생산돼 비행 사용이 가능한 인증 부품으로 실제 운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TCT Magazine과 VoxelMatters도 8월 14일 이 사례를 별도로 보도하며, 티타늄 래치가 Airbus A330·A340·A380의 롤러 셔터 수리에 적용되고 있다는 내용을 확인했다.
새 부품의 기대 수명이 얼마나 늘었는지, 실제 비용이 얼마나 줄었는지는 공개 자료에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되지 않았다. 따라서 '더 오래 쓴다'거나 '비용을 크게 줄인다'는 효과는 현재 공개된 회사 설명의 범위를 넘어 수치화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사례가 보여주는 적층제조의 실용적 가치는 분명하다. 생산이 중단됐거나 개별 판매되지 않는 소형 예비부품을 필요한 수량만 다시 설계·생산할 수 있다면, 정비 현장에서는 더 큰 조립체를 통째로 폐기하거나 장기간 재고로 보관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인증과 이력 관리가 필수인 항공 분야에서는 단순히 '3D프린터로 만들었다'는 사실보다 설계 승인, 공정 검증, 생산 품질 관리까지 연결한 체계가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