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해저에 설치된 원통형 3D프린팅 인공 암초와 주변을 헤엄치는 물고기
수심 약 950m 해저에 설치된 3D프린팅 인공 암초. 표면의 턱과 내부 통로가 산호 정착면과 해양생물의 공간을 제공하도록 설계됐다.사진·자료: Ifremer/REDECOR 2026

아일랜드 골웨이대학교(University of Galway) 연구진이 대서양 심해의 손상된 냉수성 산호 서식지를 복원하기 위해 3D프린팅 인공 암초 23기를 설치했다. 9월 20일 대학 발표에 따르면 구조물은 아일랜드 서쪽 사우스웨스트 포큐파인 뱅크와 프랑스 비스케이만의 수심 900~1,100m 해저에 배치됐다.

이번 작업은 유럽연합 호라이즌 유럽 REDRESS 프로젝트의 3년 현장 임무 ‘REDECOR’ 일부다. 연구진은 8월 약 보름 동안 조사선에서 구조물을 하나씩 내려 약 0.5헥타르에 배치했다. 대상 해역은 저층 트롤어업이 금지된 수심 800m 아래 구역 또는 나투라 2000 보호구역에 포함된다. 냉수성 산호는 빛이 거의 없는 깊은 바다에서도 입체적인 서식지를 만들지만, 성장 속도가 느려 손상 뒤 자연 회복에는 긴 시간이 걸린다.

산호가 붙을 표면과 은신처를 함께 설계

인공 암초는 저탄소 콘크리트에 화산성 재료를 섞어 출력한 원통형 구조물이다. 하나당 높이 약 80cm, 지름 약 1m, 무게 약 600kg이며 터널·돌출부·턱을 넣어 복잡한 자연 암초와 비슷한 표면과 빈 공간을 만들었다. 단순한 콘크리트 블록이 아니라 산호 유생이 붙을 면과 물고기·갑각류 등이 이용할 공간을 함께 제공하려는 설계다.

3D프린팅은 같은 크기의 구조물을 반복 제작하면서도 표면과 통로의 형태를 달리할 수 있어, 어떤 조건이 정착에 유리한지 비교하는 실험에 쓰인다. 무게가 큰 까닭에 구조물은 해류 속에서 자리를 유지하도록 설계됐지만, 실제 안정성과 퇴적 양상은 현장 관찰 대상이다.

복원 방식은 여러 조건으로 나뉜다. 일부 구조물에는 굴 껍데기와 세라믹 판·타일을 달아 자연적으로 떠다니는 산호 유생의 정착을 유도했다. 다른 구조물에는 수심 약 950m에서 수집한 살아 있는 산호 조각을 부착했다. 연구진은 선상 수조에서 심해 환경을 가능한 범위에서 재현한 뒤 산호 가지를 굴 껍데기에 고정해 암초에 옮겼다. 주요 대상종은 로펠리아 페르투사와 마드레포라 오쿨라타다.

연구진은 2025년에 설치한 이전 구조물도 다시 관찰했다. 부착한 산호 조각은 살아 있었고, 성게·물고기·게·바다나리류가 주변에서 확인됐다. 이는 초기 생존과 서식 이용을 보여주는 관찰 결과지만, 산호 군락이나 생태계가 복원됐다는 장기 성과를 뜻하지는 않는다. 올해 설치분도 내년 조사에서 다시 확인한다. 산호 조각의 생존뿐 아니라 새 유생의 정착과 번식, 군락 유지까지 이어지는지를 살펴야 복원 성과를 판단할 수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 사진·영상과 3D 매핑으로 구조물과 산호의 변화를 추적하고, 해수·퇴적물·오염물질도 함께 분석할 계획이다. 수온 상승과 해양 산성화 같은 기후 요인도 평가에 포함된다. 3D프린팅은 복잡한 형상과 반복 가능한 규격을 만드는 수단이지만, 재료의 장기 내구성, 산호의 성장·번식, 구조물이 주변 생물 군집에 미치는 영향은 여러 해의 후속 관측으로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