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메인대학교(University of Maine)가 8월 28일 메인주 햄든에서 길이 30피트(약 9.1m)의 3D 프린팅 보트 ‘3Dirigo X’를 진수하고 수상 시연을 진행했다. 대학은 이 선박을 외해 환경과 약 40노트에 이르는 속도를 견디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현장을 취재한 뱅고어 데일리 뉴스는 300마력 추진계와 약 3톤의 선체 중량을 확인했지만, 대서양에서의 장기 내구 시험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3Dirigo X는 메인대 첨단구조·복합재센터(Advanced Structures and Composites Center)가 설계하고 제작했다. 공개 진수 행사에는 대학과 미 국방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보트는 물 위에서 움직이는 시제품까지 나아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대학도 이번 행사를 연구의 종착점이 아니라 실제 해양 환경 검증의 출발점으로 규정했다.
2019년 시연선에서 외해용 고속선으로
직접적인 전신은 2019년 공개된 초대형 3D 프린팅 시연선 ‘3Dirigo’다. 당시 프로젝트가 대형 장비로 보트 형상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선박은 더 높은 속도와 외해에서 받는 하중을 고려한 설계로 범위를 넓혔다. 뱅고어 데일리 뉴스는 첫 시연선 이후 5년 넘게 연구·개발과 시험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제작 속도도 달라졌다. 메인대가 밝힌 재료 적층 속도는 연구 초기 시간당 약 20파운드(약 9kg)에서 현재 약 500파운드(약 227kg)로 높아졌다. 복합재료와 디지털 설계, 센서, 공정 제어를 함께 개선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다만 이는 장비가 단위 시간에 쌓을 수 있는 재료량이지 완성 보트 한 척의 총 제작시간을 뜻하지 않는다. 대학은 새 보트의 실제 출력시간과 재료비, 후처리 시간은 공개하지 않았다.
메인대가 강조하는 또 다른 변화는 금형을 새로 만들지 않고 디지털 설계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복합재 선박 제작에서는 선체마다 대형 금형과 치구가 필요할 수 있지만, 대형 3D 프린팅은 같은 장비에서 선체나 부품 형상을 수정하는 경로를 제공한다. 소량의 특수선이나 임무별 형상이 자주 바뀌는 경우 설계 전환의 부담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 반면 재료 적층 뒤의 가공·조립·도장, 추진계 설치, 품질검사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생산 속도보다 중요한 반복성과 검사
대학은 5만5000제곱피트 규모의 새 GEM 시설 안에 ‘Factory of the Future’를 준비 중이며, 장차 시간당 1000파운드의 적층 속도를 목표로 제시했다. 이 수치는 현재 3Dirigo X 제작에서 달성한 값이 아니라 차기 시설의 목표다. 속도가 두 배가 되더라도 동일한 재료 특성과 치수 정밀도를 여러 선체에서 반복해 얻고, 내부 결함을 검사하며, 수리 절차를 마련하는 문제가 뒤따른다.
공식 발표는 상용 선박뿐 아니라 무인선, 순찰·물류선, 센서 플랫폼과 교체 부품을 잠재적 적용 분야로 들었다. 한 장비에서 디지털 파일을 바꿔 서로 다른 형상을 제작할 수 있다는 특성이 이런 소량 다품종 수요와 맞닿는다. 그러나 현재 공개된 것은 한 척의 연구선과 짧은 수상 시연이다. 군용·상용 운항에 필요한 인증이나 대량생산 계약이 발표된 단계는 아니다.
앞으로의 핵심은 대서양 운항 시험이다. 연구진은 파도와 반복 하중, 장기간의 수분·염분 노출에서 선체가 어떻게 버티는지 확인하고 결과를 다음 설계와 디지털 모델에 반영할 계획이다. 메인대는 기술이 기존 조선소와 숙련 인력을 대체하기보다 금형 의존도를 낮추고 설계 변경과 생산 능력을 보완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3Dirigo X가 시연선을 넘어 제조 방식으로 자리 잡을지는 이 내구 시험과 함께 반복 생산성, 검사 가능성, 비용을 입증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