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얼리티(Creality)가 8월 19일 네 가지 필라멘트를 하나의 프린트헤드로 처리하는 4색 재료압출(FFF) 3D프린터 ‘SPARKX i8’을 공개했다. 새 제품의 핵심은 필라멘트 네 가닥을 프린트헤드 안쪽까지 별도 경로로 유지하고 노즐 직전에서만 합치는 ‘QuarTeks’ 구조다. 크리얼리티는 이를 통해 색상 전환 시간을 1초 미만으로 줄이고 다색 출력에서 발생하는 퍼지 재료와 대기 시간을 크게 줄였다고 설명한다. 다만 현재 제품 페이지는 사전 관심 등록 단계이며 가격과 정식 판매 시점, 출고 지역은 공개되지 않았다.
SPARKX i8은 네 개의 노즐을 번갈아 쓰는 툴체인저 방식이 아니다. 0.4㎜ 노즐 하나가 달린 단일 프린트헤드 내부에 네 개의 필라멘트 채널을 넣고, 실제 압출 직전의 짧은 구간만 공유하는 구조다. 크리얼리티에 따르면 네 경로가 하나로 합쳐진 뒤 노즐까지 이어지는 공통 경로는 1.7㎜에 불과하다. 네 필라멘트 가운데 필요한 채널을 선택해 공급하는 방식이어서 회사는 장거리 언로드와 재공급 과정 없이 1초 안에 채널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색 출력이 느려지는 구간을 프린트헤드 안으로 줄였다
단일 노즐을 공유하는 기존 자동 다색 시스템에서는 색을 바꿀 때 사용하던 필라멘트를 핫엔드에서 빼낸 뒤 다음 필라멘트를 다시 노즐까지 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새 색이 도착하더라도 용융부 안에는 이전 재료가 남아 있기 때문에 색이 충분히 깨끗해질 때까지 일정량을 추가 압출하는 ‘퍼지’ 과정도 뒤따른다. 크리얼리티의 기존 CFS Lite 역시 필라멘트 변경 시 남은 재료를 퍼지한 뒤 다른 슬롯의 재료로 전환하도록 설계돼 있다. 퍼지량은 단순히 색을 몇 번 바꾸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밝은 색으로 전환할 때 이전의 어두운 색이 남으면 색 오염이 눈에 잘 띄기 때문에 더 많은 재료가 필요할 수 있다. 프루사(Prusa)의 MMU용 공식 문서도 색상 조합별로 서로 다른 퍼지량을 설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어두운 색에서 밝은 색으로 전환할 때 더 많은 재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결국 다색 모델에서 색상 전환이 수백·수천 번 반복되면 개별 교체 때의 수십 초와 수 그램 차이도 전체 출력 시간과 재료 소비량에서는 크게 누적될 수 있다. QuarTeks는 이 문제를 소프트웨어 최적화만으로 줄이는 대신 필라멘트가 서로 합류하는 위치 자체를 노즐 쪽으로 옮겼다. 기존 필라멘트를 긴 경로로 후퇴시키고 새 재료를 다시 보내는 거리를 줄이고, 네 채널이 공유하는 마지막 1.7㎜에 남은 재료만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설계의 핵심이다. 동시에 프린트헤드는 하나이기 때문에 여러 독립 헤드를 교환하는 시스템에서 필요한 헤드별 위치 보정 문제도 피할 수 있다는 것이 크리얼리티의 설명이다.
‘5배 빠르다’는 수치는 크리얼리티 자체 비교 시험
크리얼리티는 QuarTeks를 적용한 다색 출력이 기존 방식보다 최대 5배 빠르고 필라멘트 폐기량은 2.7분의 1 수준이라고 제시한다. 공식 페이지에는 실제 다색 모델을 이용한 여러 비교 결과도 공개돼 있다. ‘Crystal Dragon’ 모델의 경우 SPARKX i8은 14시간 41분과 183.57g의 필라멘트를 기록한 반면 비교 대상으로 표시된 장비는 42시간 18분과 619.55g을 기록했다. 또 다른 비교에서는 같은 14시간 41분의 SPARKX i8과 4헤드 툴체인저 18시간 24분, 7핫엔드 방식 32시간 48분, 4색 베드슬링어 90시간 41분을 제시했다. 다만 이 결과를 서로 다른 시판 제품의 성능 차이로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크리얼리티는 비교 그래프에서 상대 장비의 구체적인 모델명을 밝히지 않았고, 3D Printing for Business도 슬라이서와 레이어 높이, 퍼지 설정 등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세부 시험 조건이 공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공식 페이지 하단 역시 결과가 모델 종류와 출력 설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명시한다. 따라서 현재 공개된 ‘5배’와 ‘2.7배’는 크리얼리티가 선택한 조건에서 얻은 제조사 비교 결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크리얼리티는 검정·주황·초록·흰색을 사용하고 총 3,000회의 색상 변경을 가정한 시험에서도 기존 방식보다 438㎏ 적은 필라멘트를 사용해 400개 이상의 스풀과 약 1,500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이 역시 제조사가 설정한 장기 사용 시나리오에 따른 계산이며, 실제 절감량은 출력물의 색 배치와 전환 횟수, 필라멘트 조합, 슬라이서 설정에 따라 달라진다.
‘외부 퍼지 0g’과 ‘퍼지가 필요 없다’는 다른 의미
SPARKX i8 페이지에서 특히 눈에 띄는 표현은 ‘0g Waste’와 ‘No External Purge Waste’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다색 출력에서 색상 전환용 재료가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크리얼리티는 해당 수치에 별도의 각주를 달아 ‘퍼지 폐기물 0g’이 특정 모델을 이용한 시험 결과라고 설명한다. 또 출력 영역 설명에서는 일부 모델에 한해 색상 전환 때 나온 재료를 별도의 퍼지 타워나 외부 폐기물로 버리는 대신 출력물 내부 인필(infill)에 넣어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즉 퍼지에 사용되는 재료 자체가 항상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조건이 맞으면 출력물 내부로 흡수해 외부로 버려지는 양을 0으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독립 분석에서도 같은 구분이 확인된다. 3D Printing for Business는 크리얼리티의 비교 이미지 가운데 SPARKX i8에서도 15.1g의 퍼지 재료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며 ‘0g’이라는 표현은 모든 출력 조건에 적용되는 수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색상 경계가 많은 모델인지, 퍼지 재료를 내부에 숨길 충분한 인필이 있는지 등에 따라 실제 폐기량은 달라질 수 있다. 이 점은 QuarTeks의 기술적 의미와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1.7㎜의 짧은 공유 경로는 노즐 안에 남는 이전 색상의 양을 줄여 필요한 퍼지량 자체를 낮추는 방향의 하드웨어 설계다. 반면 남은 퍼지 재료를 인필에 넣는 것은 그 재료를 외부 폐기물로 만들지 않는 출력 전략이다. 두 방법을 함께 사용하면 폐기물을 크게 줄일 가능성이 있지만 ‘노즐 청소 과정이 모든 조건에서 완전히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SPARKX i8의 출력 영역은 **260×260×255㎜**이며 오픈 프레임 베드슬링어 구조를 사용한다. 제조사가 밝힌 최대 출력 속도는 500㎜/s, 최대 가속도는 10,000㎜/s²다. 핫엔드는 최대 300℃, 베드는 최대 100℃까지 가열된다. 81포인트 자동 레벨링과 입력 성형(Input Shaping), 720p 카메라, 네 필라멘트 채널의 공급 상태를 감시하는 센서 등이 포함되며 크리얼리티는 전체 시스템에 13개의 센서를 사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핫엔드는 약 5초 만에 분리·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들 수치와 감지 성능은 현재 제조사가 공개한 사양이며 제품 출시 후의 독립 시험 결과는 아직 축적되지 않았다. SPARKX i8의 관전 포인트는 단순히 ‘4색을 지원하는 프린터가 하나 더 등장했다’는 데 있지 않다. 데스크톱 다색 FFF 프린터가 오랫동안 감수해 온 긴 필라멘트 교체 경로와 퍼지 비용을 프린트헤드 구조 자체로 줄이려 한다는 점이 더 큰 변화다. 반면 실제 경쟁력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고대비 색상을 수백 번 교체하는 출력에서도 경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 1초 미만의 전환이 장기간 반복될 때 공급 오류가 얼마나 발생하는지, 실제 퍼지 절감 폭이 모델마다 얼마나 달라지는지는 독립적인 장기 시험이 필요하다. 여기에 가격과 판매 지역까지 공개돼야 기존 자동 멀티컬러 시스템이나 툴체인저 방식과의 실질적인 위치도 비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