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투명 도어와 상단 터치스크린이 보이는 흰색과 파란색 FibreSeeker 3 데스크톱 3D 프린터
FibreSeek가 공개한 FibreSeeker 3 제품 이미지. 일반 열가소성 소재 출력과 연속 탄소섬유 보강을 한 장비에서 처리하도록 설계됐다.사진·자료: FibreSeek 공식 제품 페이지

FibreSeek가 연속 탄소섬유를 플라스틱 출력물 내부에 배치하는 데스크톱 3D 프린터 ‘FibreSeeker 3’의 글로벌 사전판매를 시작했다. 회사가 9월 9일 발표한 이번 물량은 500대로 제한된다. 호주에서는 9월 10일 사전주문을 시작했고 미국은 9월 15일부터 주문을 받을 예정이다. 한국을 포함한 다른 지역의 구체적인 판매 일정과 가격은 이번 발표에서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다.

FibreSeeker 3는 지난해 11월 17일부터 올해 1월 1일까지 진행된 Kickstarter 캠페인을 통해 먼저 판매됐다. 당초 목표액은 5만 달러였지만 1,539명이 참여해 총 469만8,825달러를 약정했다. 이후 FibreSeek는 후원자 대상 생산·배송 절차를 진행했고, 이번에는 자체 판매 채널을 통한 사전판매로 범위를 넓혔다.

짧게 잘린 탄소섬유와 다른 ‘연속섬유’ 방식

FibreSeeker 3의 핵심은 일반적인 탄소섬유 강화 필라멘트와 다른 방식으로 섬유를 넣는 데 있다. 흔히 쓰이는 PLA-CF, PETG-CF, PA-CF 계열 소재는 짧게 절단한 탄소섬유를 열가소성 수지 안에 분산시킨 필라멘트다. 반면 연속섬유 방식은 끊어지지 않은 섬유를 출력물 내부의 특정 경로를 따라 배치해 구조적으로 보강한다.

FibreSeek는 자사 방식을 CFC(Composite Fibre Co-Extrusion)라고 부른다. FibreSeek의 설명과 Hackaday가 소개한 구조에 따르면 일반 열가소성 소재와 연속 탄소섬유를 다루는 특수 듀얼 헤드가 함께 작동하며, 필요한 부분에 섬유를 포함한 경로를 형성한다. 연속 탄소섬유를 이용한 3D 프린팅 자체가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산업용 시장에서는 이미 유사한 방식이 사용돼 왔으며, FibreSeeker 3는 이를 비교적 작은 데스크톱급 장비와 전용 슬라이서 안에 통합한 제품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출력 공간은 300×300×245mm다. 최대 350℃ 핫엔드와 65℃ 액티브 가열 챔버, 자동 레벨링, 카메라를 갖추며 FibreSeek가 공개한 최대 출력 속도는 500mm/s다. 다만 이 속도는 장비의 최대 사양으로, 연속섬유를 배치하는 모든 출력 과정이 항상 같은 속도로 진행된다는 뜻은 아니다.

회사는 연속 탄소섬유를 적용한 구성에서 최대 900MPa의 인장강도를 제시한다. 이 수치는 FibreSeek가 공개한 최대 성능 값이다. 연속섬유 복합재는 섬유의 방향과 배치 비율, 기초 소재와 부품 형상에 따라 기계적 특성이 달라질 수 있어 개별 출력물이 일률적으로 900MPa의 성능을 갖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일반 출력과 섬유 보강을 한 장비에서 선택

FibreSeeker 3는 연속 탄소섬유만 출력하는 장비가 아니다. 일반적인 열가소성 소재로 형상을 만들면서 필요할 때 연속섬유 보강을 추가하는 구조다. FibreSeek의 Rocket Slicer는 출력 목적에 따라 속도 중심, 섬유 보강, 보강 비중을 높인 모드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이 차이는 짧은 탄소섬유가 섞인 일반 CF 필라멘트와 비교할 때 특히 중요하다. 일반 CF 필라멘트에서는 탄소섬유의 위치와 방향을 사용자가 별도로 지정하지 않는다. 연속섬유 방식에서는 어느 영역을 어떤 방향으로 보강할지가 부품의 특성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슬라이싱 단계가 구조 설계의 일부가 된다.

공식 Rocket Slicer 자료에 따르면 STL과 STEP 파일을 불러온 뒤 프린트 모드와 인필, 밀도 등의 설정을 적용할 수 있고, G-code 툴패스와 소재 분포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FibreSeek는 격자형 연속섬유 인필도 주요 기능으로 내세운다. 부품 전체를 동일하게 보강하기보다 필요한 위치에 섬유 경로를 구성해 무게와 소재 사용량, 구조적 성능을 조절하는 접근이다.

FibreSeek는 로봇 다리, 소형 바이스 조, 해머, 드론 부품, 라켓 등을 활용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식 제품 페이지에서는 PETG나 PC 같은 열가소성 소재와 연속 탄소섬유를 함께 사용한 사례와 각 출력에 투입된 소재량·시간을 공개한다. 이는 장식용 모델보다 지그·치구, 로봇과 드론 부품, 기능성 프로토타입 등 실제 하중을 받는 부품을 주요 사용처로 설정했음을 보여준다.

외부 비교에서는 가능성과 함께 검증 과제도 확인

연속섬유가 짧은 탄소섬유 필라멘트와 실제로 얼마나 다른지도 관심사다. Hackaday는 2025년 12월 FibreSeek가 제공한 연속섬유 시편과 일반 PETG-CF 출력물을 비교한 외부 시험을 소개했다. 해당 시험에서는 FibreSeeker 3 방식의 시편이 대체로 PETG-CF보다 높은 결과를 보였지만, 원래 계획한 10개 시험 중 비교 가능한 시편은 4개에 그쳤다.

또한 당시 시험자는 FibreSeeker 3 장비를 직접 보유한 상태에서 시편을 출력한 것이 아니라 FibreSeek가 제공한 시편을 측정했다. 따라서 이 결과는 연속섬유 보강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참고 자료로는 의미가 있지만, 다양한 형상과 소재를 사용한 장기간 실사용 평가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실제 사용자 환경에서의 출력 재현성과 섬유 경로 설정 난이도, 전용 소재 공급과 유지비는 일반 판매가 확대되면서 더 많은 사례가 쌓일 부분이다.

500대 사전판매…국내에는 제품 문의 페이지 개설

이번 글로벌 사전판매는 Kickstarter와 별도로 500대로 제한된다. 호주에서는 정가 4,999호주달러보다 300호주달러 낮은 4,699호주달러의 초기 가격이 제시됐다. 미국은 9월 15일부터 사전판매가 시작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FibreSeeker 3의 접점은 이미 생겼다. 3D 프린팅 장비 업체 한국기술은 자사 제품 페이지에 FibreSeeker 3를 등록하고 제품 문의를 받고 있다. 이 페이지에는 300×300×245mm 출력 영역과 연속섬유 출력, 듀얼 노즐 등의 사양이 소개돼 있다. 다만 현재 공개 페이지에는 국내 판매가격이나 구체적인 납기 일정이 표시돼 있지 않다.

한국기술 사이트 FiberSeek 3 제품 페이지

FibreSeeker 3에서 주목할 부분은 단순히 ‘탄소섬유를 쓸 수 있는 3D 프린터’라는 점보다, 일반 플라스틱으로 형상을 만들고 연속된 보강재의 위치와 방향을 슬라이서에서 설계하는 복합재 제작 과정을 데스크톱 장비에 묶었다는 데 있다. Kickstarter에서 약 469만 달러를 모은 뒤 제한된 일반 사전판매 단계로 넘어온 만큼, 앞으로는 최대 인장강도나 속도 같은 개별 사양뿐 아니라 다양한 형상에서 섬유 보강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재현할 수 있는지와 소재·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전체 작업 흐름이 실제 활용 범위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