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 3D 프린팅으로 제작한 키리가미 메타 실린더의 형상 전환과 시험 과정을 나타낸 그래픽 초록
논문의 그래픽 초록. 회전 3D 프린팅으로 만든 키리가미 메타 실린더를 늘려 형상을 바꾸고 인장·압축·굽힘 반응을 비교하는 연구 흐름을 보여준다.사진·자료: Ali Zolfagharian 외, Progress in Additive Manufacturing, CC BY 4.0

같은 재료로 만든 원통도 형상을 어떻게 접고 펼치느냐에 따라 단단함과 충격 흡수 순서를 바꿀 수 있을까. 디킨대학교(Deakin University)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키리가미 격자를 회전축 위에 직접 3D 프린팅해, 잡아당기면 다른 안정 형상으로 전환되고 압축·굽힘 반응도 달라지는 ‘메타 실린더’를 제시했다. 논문은 5월 28일 공개됐으며, 8월 27일 3DPrint.com이 데스크톱 장비를 활용한 제작 방식과 응용 가능성을 새로 조명했다.

키리가미는 얇은 재료에 절개 패턴을 넣어 큰 변형을 만드는 설계법이다. 연구진이 쓴 삼각형 단위 셀은 힘을 받으면 내부 링크가 회전하고 휘면서 한 형상에서 다른 형상으로 갑자기 넘어간다. 힘을 제거한 뒤에도 두 개 이상의 형상 가운데 하나를 유지할 수 있어 ‘다중 안정성’ 구조라고 부른다. 재료 자체의 조성을 바꾸지 않고 셀의 폭, 두께, 배열과 원통 지름으로 힘-변위 곡선을 설계하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평면을 말아 붙이는 대신 회전축에 직접 출력

기존 키리가미 튜브는 평면 시트를 만든 뒤 원통으로 말아 이음부를 연결하는 방식이 흔하다. 일반적인 평면 층 쌓기 방식으로 곡면을 만들면 계단 모양 표면, 지지대, 원주 방향 이음부가 생길 수 있다. 연구진은 Snapmaker 2.0 A350의 회전 모듈을 축으로 사용하고, 축이 도는 동안 노즐이 원주 방향으로 필라멘트를 이어 붙이도록 이동 명령을 바꿨다.

설계 흐름은 상용 프로그램과 맞춤 코드를 연결한다. Rhinoceros 8과 Grasshopper에서 원통 격자를 반지름 방향 0.2mm 간격으로 나누고, 이를 평면 경로로 펼쳐 Ultimaker Cura에서 처리한 뒤, Python 스크립트가 X축 이동을 회전축 명령으로 다시 변환한다. 삼각형 사이의 얇은 힌지에는 끊기지 않는 외곽 경로를 적용해 필라멘트 연속성을 높였다.

시험편은 쇼어 경도 95A의 eSUN 열가소성 폴리우레탄(TPU) 필라멘트로 만들었다. 0.4mm 노즐, 0.2mm 층 높이, 220℃ 조건을 사용했고, 회전축 접착을 위해 첫 세 층은 약 10mm/s, 이후에는 25mm/s로 출력했다. 내부 채움은 100%로 설정했다. 이 조건은 지지대 없이 원통형 격자를 만들기 위한 연구 장비 설정이지, 다른 소재와 장비에서도 그대로 재현된 범용값은 아니다.

지름과 상태가 힘의 반응을 바꿨다

연구진은 같은 18mm 단위 셀과 3mm 벽 두께를 유지하면서 바깥지름이 28.92mm, 40.38mm, 63.23mm인 세 원통을 제작했다. 잡아당겨 원통 중앙이 벌어진 상태로 전환한 뒤 인장, 일축 압축, 3점 굽힘 시험을 실시하고 유한요소해석 결과와 비교했다.

큰 원통의 첫 번째 불안정 전환점은 해석에서 20.0mm 변위에 5.51N, 실험에서 19.01mm 변위에 5.72N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한 시험 형상에서 모델과 실험이 가까웠다는 예시이며, 제품의 충격 흡수 성능을 뜻하지 않는다. 세 지름 모두에서 원통 크기에 따라 급격히 형상이 바뀌는 지점과 벌어지는 정도가 달라졌다.

출력 직후의 닫힌 원통은 굽힘 초기에 더 단단하고, 임계점을 넘으면 힘이 갑자기 떨어지는 ‘스냅 스루’가 뚜렷했다. 한 번 늘려 중앙이 벌어진 상태는 더 부드럽게 휘었고 급격한 하중 저하가 줄었다. 작은 지름은 초기 강성과 전환이 더 강하게 나타난 반면 큰 지름은 더 넓은 변형 범위에서 완만하게 반응했다. 서로 다른 지름과 상태의 원통을 동심원처럼 겹치면 안쪽과 바깥쪽이 차례로 변형되면서 ‘부드러움-중간-단단함’ 같은 다단계 반응을 구성할 수 있다.

설계 가능성과 실제 부품 사이의 거리

이 방식의 장점은 재료를 바꾸지 않고 기하 구조로 반응을 조절하고, 평면 제작 뒤 말아 붙이는 조립과 지지대를 줄인다는 데 있다. 튜브형 완충재, 진동 억제 부품, 소프트 로봇 관절처럼 특정 변형 순서가 필요한 곳에서 탐색할 가치가 있다. 서울과기대 연구진이 공동 참여했다는 점도 국내 연구 독자에게 직접 연결되는 부분이다.

다만 연구가 직접 입증한 것은 TPU 시험편의 준정적 인장·압축·굽힘 반응이다. 반복 피로, 고속 충격, 온도와 습도 변화, 장기 치수 안정성, 다른 장비에서의 재현성은 평가하지 않았다. 3DPrint.com이 언급한 스텐트·헬멧 라이너·자전거 부품은 가능한 응용 예시이지, 의료 안전성이나 실제 제품 성능이 검증된 결과가 아니다.

평면 시트를 말아 붙이는 방식과 비교하면 회전 경로의 또 다른 차이는 필라멘트 방향이다. 평면 출력물의 끝을 이어 원통으로 만들면 접합부가 별도의 약한 지점이 될 수 있지만, 회전축 방식은 원주를 따라 경로를 이어 힌지와 하중 방향에 맞출 수 있다. 연구진은 이 연속 경로가 이음부 폐쇄와 층 결합, 형상 재현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논문은 같은 형상의 평면 조립 시험편을 별도로 만들어 수명과 파손 하중을 직접 대조하지 않았으므로, 우월성을 정량 수치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논문은 지지대 제거와 모듈 조합을 지속가능성의 근거로 제시하지만 전 과정 환경평가나 생산비 비교는 포함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성과의 의미는 곧바로 상용 부품을 만들었다는 데 있지 않다. 회전 3D 프린팅과 맞춤 이동 경로를 이용해 원통의 형상 전환과 강성 단계를 설계 변수로 다룰 수 있음을 실험으로 보여준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