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노출 홀로그램 3D프린팅으로 제작한 지름 약 1밀리미터의 속 빈 미세 원통 구조 전자현미경 이미지
유타대·UT 오스틴 연구진이 단일 홀로그램 노출로 제작한 속 빈 밀리미터급 원통 구조. 눈금 막대는 0.5mm이며, 내부와 측면에 의도적으로 비워 둔 공간이 보인다.사진·자료: University of Utah Price College of Engineering, adapted from Lin et al., Science Advances (2026). 공식 연구 소개 페이지 제공 이미지.

유타대학교와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연구진이 물체를 층층이 쌓지 않고 한 번의 홀로그램 노출로 밀리미터급 3차원 구조를 만드는 광경화 3D프린팅 방법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8월 12일 국제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발표한 연구에서 속이 빈 원통과 정육면체처럼 여러 방향에 내부 빈 공간을 가진 구조를 단일 노출로 제작했으며, 노출 시간은 최소 7.5초였다.

핵심은 레이저가 수지 내부에서 어떤 밝기 분포를 만들지 미리 계산한 ‘역설계 위상 마스크’다. 일반적인 광경화 적층제조는 한 층씩 투영하거나 한 점씩 주사해 필요한 영역을 굳힌다. 반면 이 방식은 미세 패턴이 새겨진 마스크가 레이저를 회절시켜 수지 내부에 3차원 홀로그램 광장을 만들고, 굳혀야 할 부피 전체에 한 번에 에너지를 전달한다. 직렬 처리 대신 체적 전체를 동시에 경화시키려는 접근이다.

빛을 수지 안쪽까지 보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수지는 완전히 투명하지 않아 빛이 지나가며 회절되고 흐려질 수 있고, 원래 비워 둬야 할 영역까지 광량이 누적되면 내부 공동이 막힌다. 연구진은 수지의 광흡수 특성을 조정하고, 수지 안에서 생길 회절을 보상하도록 마스크 형상을 계산했다. 고체가 되어야 할 곳에는 높은 광량을, 빈 공간으로 남아야 할 곳에는 가교 반응을 일으키지 않을 만큼 낮은 광량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노출 뒤 굳지 않은 수지를 씻어내면 내부가 빈 구조가 남는다.

이 연구는 같은 팀이 올해 6월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초기 실험의 한계를 확장한 것이다. 당시에는 지름이 6마이크로미터까지 작은 미세관 배열과 최대 120대 1의 높은 종횡비를 구현했다. 하지만 관의 길이 방향으로 형상이 이어지는 특성 때문에 연구진 스스로 이를 완전한 3차원 제어보다 ‘확장된 2D’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높이 방향까지 임의의 빈 공간을 만드는 데는 제한이 있었다.

이번 Science Advances 연구에서는 그 빈 공간 제어를 세 방향으로 확장했다. 연구진은 맞춤형 광중합 수지와 계산된 위상 마스크를 결합해 속이 빈 원통과 정육면체를 제작했다. 논문 요약 자료에 따르면 한 번의 7.5초 노출로 100만 개가 넘는 주소 지정 가능한 복셀을 포함한 밀리미터급 구조를 만들었고, 체적 처리량은 약 1㎣/초 수준이었다. 여기서 복셀은 3차원 공간에서 픽셀에 해당하는 최소 표현 단위다.

‘7.5초 3D프린팅’이라는 수치는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연구진이 보고한 단일 광노출 시간으로, 설계 계산과 마스크 준비, 수지 준비, 노출 뒤 미경화 수지를 제거하는 후처리까지 포함한 완성품 생산 시간이 아니다. 또한 현재 공개된 결과는 밀리미터 규모의 미세 구조를 대상으로 한 개념검증이다. 데스크톱 FDM이나 일반 레진 프린터처럼 임의의 대형 부품을 바로 수 초 만에 만드는 기술로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가 보여주는 변화는 분명하다. 기존 광기반 3D프린팅의 속도를 제한하던 ‘한 점 또는 한 층씩 처리해야 한다’는 조건을 광학 설계 문제로 바꾸고, 동시에 내부 공동까지 제어했다. Photonics Spectra도 8월 25일 이 연구를 소개하며 단일 홀로그램 노출로 복잡한 3차원 구조를 만드는 점을 핵심으로 짚었다.

확장성에는 아직 해결할 문제가 남아 있다. 논문은 현재 성능이 수지의 반응 속도와 조명 기하에 의해 제한된다고 설명한다. 구조가 커질수록 수지 내부의 흡수와 산란, 원하는 광량 분포를 유지하는 문제도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성과의 핵심은 기존 적층 방식을 당장 대체했다는 데 있지 않고, 단일 노출 체적 적층제조가 단순한 관 구조를 넘어 실제 내부 빈 공간을 가진 형상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실험으로 보여줬다는 데 있다.

기존의 ‘체적 3D프린팅’과 비교하면 이 연구의 특징은 목표 형상을 빛의 3차원 세기 분포로 직접 부호화한다는 데 있다. 연구진이 공개한 설명에서 위상 마스크는 수지에서 예상되는 회절까지 보상하도록 나노패턴을 갖는다. 단순히 물체의 2차원 실루엣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어느 깊이의 어느 위치에 얼마만큼의 빛이 도달해야 하는지를 역으로 계산해 마스크에 반영한다. 그래서 동일한 한 번의 노출 안에서도 굳는 영역과 비워 둘 영역을 구분할 수 있다.

속 빈 구조가 중요한 이유는 형상 복잡성의 기준이 외관에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세유체 채널이나 경량 격자처럼 기능이 내부 공간에 의해 결정되는 부품은 표면 형상만 정확해도 충분하지 않다. 초기 실험의 긴 미세관은 단면 형상을 길게 연장하는 데 강했지만, 길이 중간에 닫힌 공간이나 방향이 달라지는 공동을 자유롭게 정의하기 어려웠다. 이번 연구의 원통과 정육면체는 크기 자체보다 ‘내부의 어두운 영역을 3차원으로 의도적으로 남겼다’는 점이 기술적 진전이다.

연구진이 제시한 처리량 역시 맥락이 필요하다. 100만 개가 넘는 복셀과 약 1㎣/초라는 값은 현재 실험의 광학계와 수지, 구조 크기에서 얻은 결과다. 복셀 수가 많다는 사실이 곧 표면 해상도나 기계적 강도가 모든 기존 공정보다 우수하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응용에서는 최소 특징 크기, 수지의 물성, 세척 가능한 내부 통로, 빛이 깊은 영역까지 도달하는 정도를 함께 따져야 한다.

연구진은 향후 적용 가능 분야로 미세광학, 생체의학용 지지체, 중간 크기 정밀 구조 등을 제시한다. 다만 이는 이번 논문에서 각각의 최종 제품 성능을 검증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고속 체적 제작이 유용할 수 있는 방향을 제안한 것이다. 후속 연구에서 더 큰 체적과 다양한 재료에서도 동일한 광량 제어가 유지되는지, 반복 제작 때 치수와 물성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재현되는지가 실제 제조 기술로 이어지는 핵심 조건이 될 전망이다.